구부러진 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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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2022.02.14 07:51 조회 485
구부러진 길
--이준관--
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
구부러진 길을 가면
나비의 밥 그릇 같은 민들레도 만날 수 있고
감자를 심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
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
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
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
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
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음을 품고
구불구불 간다
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
나는 또한 좋다
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
흙투성이의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
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
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
품고 가는
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